규제는 언제나 가격을 이기지 못한다

규제는 언제나 가격을 이기지 못한다

참고: 본 글은 경제 또는 부동산 전문가의 의견이 아니며, 경제 학습을 진행하는 학생의 학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경제 분석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최대한 사실 확인과 검증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매번 같은 자리로 되돌아온다. 정부는 투기를 잡겠다고 하고, 시장은 규제를 피할 방법을 찾는다. 정부가 다시 규제를 조이면 시장은 또 다른 우회로를 만든다. 이 반복은 20년째다.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신설,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 중과와 대출 규제,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2026년 8월 세제 개편안까지, 도구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발상의 구조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조선일보

이번 개편안은 분명 이전보다 정교하다. 과세 기준을 '몇 채를 가졌는가'에서 '얼마짜리 집에 실제로 사는가'로 옮겼다. 보유 기간이 아니라 거주 기간에 양도세 혜택을 주는 장기거주소득공제를 신설했고,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4억 원으로 올렸다.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를 때리다가 오히려 '똘똘한 한 채'로의 쏠림을 만들어냈다는 반성이 설계에 반영된 흔적이 뚜렷하다.

문제는 설계의 정교함이 아니다. 어떤 정교한 규제도 넘지 못하는 벽이 있다. 채찍은 손목에서 시작해 끝에서 터진다

'채찍 효과'라는 개념이 있다. 최종 소비자의 수요가 5% 흔들리면 소매상은 10%, 도매상은 20%, 제조사는 40%로 주문량을 조정한다. 각 단계가 불확실성에 대비해 안전재고를 쌓고, 그 대비가 다음 단계로 전달되면서 변동폭이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된다. 원인은 단순하다. 정보의 지연과 참여자들의 합리적인 과잉 대응이다. 부동산 규제는 이 메커니즘의 교과서적 사례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강화한다고 발표하는 순간, 매도자는 계산을 시작한다.

지금 팔면 세금이 크다.

그러면 안 판다. 여기서 매물이 1차로 줄어든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매물 유도를 명분으로 2027~2028년 다주택 중과를 한시 완화하겠다고 시점까지 못박았다. 이는 시장에 이렇게 읽히지 않겠는가?

"2년만 버티면 세금이 싸진다."

매도 유인을 만들려던 조항이 오히려 매도 시점을 뒤로 미루는 신호가 된 것이다. 매물 잠김의 2차 증폭이다. 매수자 쪽에서는 정반대 방향으로 채찍이 휘둘러진다. 매물이 줄어드는 것을 목격한 실수요자는 조급해진다. 게다가 규제지역 지정은 그 자체로 "여기가 오를 곳"이라는 역설적 시그널이 된다.

정부가 특정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순간, 시장은 그것을 정부의 위험 경고가 아니라 정부의 가치 인증으로 해석한다. 실제 펀더멘털은 그대로인데 심리적 수요만 3차로 증폭된다. 이렇게 매도는 잠기고 매수는 조급해지면, 거래량은 줄고 가격 변동성은 커진다. 실제 수요·공급의 변화보다 훨씬 큰 진폭으로 가격이 움직인다. 채찍의 끝이 터지는 지점이다. 시차라는 이름의 구조적 결함

이번 대책의 가장 큰 약점은 세율이 낮아서가 아니라, 시간표가 어긋나 있어서다. 수요 억제는 즉시 작동한다. 대출 한도는 발표 다음 날부터 줄어들고, 세금 고지서는 내년에 날아온다. 반면 공급은 느리다.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가구라는 계획은 숫자만 보면 웅장하지만, 착공에서 입주까지는 최소 4~5년이 걸린다. 심지어 이미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공사비 문제로 착공이 1년 이상 지연된 물량이 10만 가구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세제 자체도 단계적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에서 시작해 다주택·조정지역 기준 2028년에야 80%에 도달한다. 양도세 장기보유공제 폐지는 2029년이다. 정부가 스스로 "지금은 세게 안 때린다"고 예고한 셈이다.

출처 : 동아일보

즉 앞으로 3~4년은 수요는 눌렸는데 공급은 아직 안 나오고, 세금은 예고됐지만 아직 무겁지 않은 공백기가 된다. 경제학이 말하는 전형적인 정책 시차문제다. 그리고 이 공백기에 시장 참여자들이 하는 일은 정해져 있다.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림은 매물을 잠그고, 잠긴 매물은 가격을 밀어 올린다. 20억?

출처: 중앙일보

실거주 1주택자에게 공시가 14억, 시가 약 20억까지 종부세를 면제한다는 조항은 언뜻 관대해 보인다. 정부는 이를 '실거주자 보호'라고 부른다. 그러나 서울의 현실에서 20억은 초고가의 기준이 아니다. 강남 3구에서 20억은 평균적인 가격대이고, 마포·용산·성동에서도 20억을 넘거나 근접한 단지가 즐비하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첫째,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 보호받지 못한다.

강남에서 30년을 산 은퇴자를 생각해보자. 그는 투기꾼이 아니다. 그저 오래 그 자리에 살았을 뿐인데 집값이 혼자 올랐다. 소득은 연금뿐인데 보유세는 매년 나온다. 팔자니 양도세 공제 한도가 2029년부터 10억으로 묶여 초과분에는 세금이 붙고, 물려주자니 증여세가 기다린다. 팔아도, 갖고 있어도, 물려줘도 부담인 구조다. 이것이 '서울에 오래 산 죄'라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

출처 : 조선일보

둘째, 억제하려던 행동이 오히려 유도된다.

출처: 연합뉴스

20억까지는 실거주하면 면제라는 규칙은, 자산가에게 명확한 최적 전략을 제시한다. 여러 채를 나눠 갖지 말고, 가장 좋은 지역의 가장 좋은 한 채에 몰빵해 거기 실제로 거주하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똘똘한 한 채' 현상을 고치겠다고 만든 설계가 다른 경로로 같은 결과를 유도할 수 있다. 진짜 원인은 손대지 않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서울 집값은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국토 균형의 문제다. 사람들이 서울 집을 사려는 이유는 그곳에 일자리가 있고, 학교가 있고, 병원과 문화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한 도시에 집중되는데 그 도시의 토지는 유한하다. 이 조건이 유지되는 한 세금을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해도 가격은 오른다. 세금은 거래 비용을 바꿀 뿐 입지의 가치를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20년의 실증이 이를 뒷받침한다.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를 신설했고 집값은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를 스물여덟 번 내놓았고 집값은 더 올랐다. 규제가 없었으면 더 올랐을 것이라는 반론도 가능하지만, 최소한 규제가 상승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오히려 규제가 매물을 묶어 상승폭을 키웠다는 해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물론 규제 무용론에 빠질 일도 아니다. 아무 규제가 없다면 투기 자본의 유입으로 변동성은 지금보다 클 수 있다. 실제로 대출 규제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라는 별개의 목적에서 필요하기도 하다. 문제는 규제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규제가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의 크기를 정부가 과대평가한다는 데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부가 정말로 시장을 안정시키려 한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 공급의 시간표를 앞당겨야 한다. 2030년 135만 가구가 뭐가 중요한가 중요한 것은 앞으로 3년간 얼마나 나오느냐다. 지연된 10만 가구를 해결해서 푸는것이 새 계획을 발표하는 것보다 낫다.

주택 공급은 공공 위주가 아닌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 중심이어야 한다. 둘,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2027년 한시 완화' 같은 조항은 시장에 매도 타이밍을 조율하라고 알려주는 신호다. 세제는 자주 바꿀수록, 예외를 둘수록 채찍 효과를 키운다. 문재인 정부 때 28차례나 정책을 바꾸니 그 모양이 난 것 아닌가. 왜곡을 만들지 말아야한다. 셋, 서울 밖에 살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만이 유일한 근본 해법이지만, 임기 5년 안에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뒤로 밀린다. 역대 정부가 모두 알면서 하지 않은 일이다. 부동산 정책의 역사는 규제의 정교함이 아니라 인내의 부족이 실패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름 성공한 부동산 정책을 했다고 평가받는 정부의 정책을 보라, 부동산 정책을 한번 발표하면 꾸준하게 유지않지 않는가.

지금 부동산 대책은 생애 최초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70%로 줄이고 주담대 한도가 6억으로 줄었다. 평균 국민 평수 아파트가 13억 5,940만 원이다. 그러면 최소 8억은 현금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청년들이 8억 현금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정말 당황스러운 정책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