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그들은 왜 자유를 배신하는가
정당의 이름에 '국민'과 '힘'을 넣고, 강령의 첫머리에 늘 '자유'를 앞세우는 정당이 있다.
그러나 작금의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행태를 보노라면, 그들이 부르짖는 자유란 과연 무엇인지, 그 정체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의 보수 야당은 자유주의 정당이 아니다. 그들은 국가가 국민의 삶과 도덕, 심지어 소비의 선택까지 통제해야 한다고 믿는 '국가 후견주의'의 충실한 신봉자들일 뿐이다.
자유주의의 본령은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을 신뢰하는 데 있다. 경제적 자유뿐만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의 도덕적 판단 또한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자유주의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 정당은 기업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도, 개인의 삶과 문화적 영역으로 넘어오면 돌변하여 가장 강력한 '규제자'가 된다. 그들은 국민을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미성숙한 존재, 즉 '계도와 훈육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것이 바로 전근대적인 후견주의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검열과 표현의 자유 문제다. HTTPS 차단(SNI 필터링)을 통한 웹사이트 접속 통제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국가가 기술적 권력으로 들여다보고 차단하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물론 이는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된 정책이나, '자유'를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역시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성인이 침실과 모니터 앞에서 무엇을 볼지 국가가 결정해 주겠다는 오만이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 아래 정당화된다. 더욱 적나라한 사례는 '해외 직구 금지(KC 인증 의무화)' 소동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워, 개인이 저렴한 물건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할 권리마저 원천 봉쇄하려 했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이라는 시장 경제의 핵심 가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그토록 숭앙한다면서, 정작 국민이 싼 물건을 살 자유는 국가가 허락한 'KC 마크' 아래 종속시키려 했다. "국가가 검증하지 않은 것은 위험하니 쓰지 말라"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국민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꼰대식 후견주의의 결정판이 아니고 무엇인가.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는 그 퇴행이 더욱 심각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대통령을 풍자한 가상 영상에 대해 접속 차단을 의결하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어떠한가. 권력자에 대한 풍자와 조롱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편협함은 권위주의 독재 시절의 검열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 역시 맥락을 같이한다. UN 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가 수차례 폐지를 권고했음에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는 국민의힘은 이에 침묵한다. 오히려 자유주의를 표방한 보수 정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들고나온 상황은 아이러니를 넘어 보수 진영의 직무 유기를 보여준다.
진실을 말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공포는 내부 고발을 위축시키고 미투 운동과 같은 사회적 자정 작용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회적 체면'과 '질서'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시민의 입을 틀어막는 법 조항을 고수하고 있다.
그들은 좌파 진영이 시장 경제를 통제하려 할 때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며 핏대를 세운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경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면서, 왜 도덕과 표현, 소비는 사상의 자유 시장에 맡기지 못하는가?
국민의힘의 근저에는 여전히 '가부장적 국가관'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유교적 권위주의와 결합한 한국형 보수는 국가를 '엄격한 아버지'로 상정한다. 아버지는 자식(국민)이 나쁜 물건을 사거나(직구 규제), 야한 것을 보거나(접속 차단), 버릇없는 소리(풍자 및 비판)를 하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들어가 보라. 게임을 '질병' 취급하며 규제하려는 법안,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법안들의 발의자 명단을 확인해보면 '이건 민주당이겠거니' 했던 법안의 주인이 국민의힘 의원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그들이 보수주의의 탈을 쓴 관치주의자들임을 증명한다.
진정한 자유주의 정당이라면 "국가는 국민의 도덕 선생이나 보모가 아니다"라고 선언해야 한다. 개인의 방종조차도 남에게 물리적 피해를 주지 않는 한 허용하는 것이 자유의 대가임을 인정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개인의 사적 영역을 통제하고 검열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면, 그들은 영원히 '자유 우파'가 아닌 '꼰대 기득권' 정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 그러나 나는 국민의힘이 과연 무엇을 표방하고 자유우파의 본질을 정말 잘 수행하는지는 의문이다.
감히 묻는다. 국민의힘은 '자유'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껍데기뿐인 반공 구호나 기업 감세가 자유의 전부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부디 진짜 자유를 깨닫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