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초래한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역설

규제가 초래한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역설
Photo by Viktor Forgacs / Unsplash

우리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기괴하고 또 이상한 나라이다.

금융 당국과 법률이라는 절대적 규제 권력이, '투자자 보호'라는 허울 좋은 가면을 쓴 채 시장 전체를 피고석에 세우고 공개적인 질식과 고립을 가하고 있다. 그 칼끝은 단호하게도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고리, 그리고 프라이버시라는 기술의 핵심 가치를 향한다.

이것은 보호가 아니다. 보호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명백한 시장 통제이자 기술적 쇄국이다.

지금 규제 당국이 하는 짓이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시장의 역동성과 기술의 발전을 이해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대신, 가장 손쉬운 방법인 '원천 금지'와 '과도한 장벽'을 선택했다.

그들의 행태는 치밀하고도 전방위적이다. 모네로 같은 프라이버시 코인은 그 기술의 가치를 논의하기도 전에 '범죄 자금'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공공연히 퇴출당했다. 외국인과 미성년자의 진입을 막는 빗장은, 사실상 글로벌 자본의 유입을 차단해 시장의 유동성을 메마르게 하겠다는 협박과 다름없다.


이투데이 기사

심지어 오직 국내 은행의 '실명계좌'만을 고집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을 원천 차단하고, 국내 투자자들을 '갈라파고스'라는 고립된 섬에 가둬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다.

이 모든 광기의 화살이 최종적으로 겨누는 과녁은 바로 '통제 불가능한 시장'이다.

왜 그들은 그토록 시장을 옥죄려 안달하는가? 시장이 무능하거나 부패해서인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단 하나, 가상자산 시장이 그들의 중앙집권적 통제에 굴복하지 않고 '탈중앙성'과 '프라이버시'라는 가치를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금융 당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통제 불가능한 시장'의 상징적 존재인 것이다.

그들에게 시장의 자유는 눈엣가시다. 그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우리가 규제하니 우리의 통제가 곧 안전이다. 그런데 왜 시장은 그 안전을 따르지 않는가? 그렇다면 시장의 숨통부터 끊어 우리에게 복종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해외 거래소의 진입을 막고, 기술의 다양성을 짓밟는 이유의 전부다. 이는 시장경제에 대한 도전이자, 글로벌 혁신에 대한 정면 쿠데타다.

가상자산 시장이 지금 무엇을 지키려 하고 있는가. 그것은 단순히 특정 코인의 가격이 아니다. 바로 '코드는 법이다'라는 기술적 원칙이며, 어떠한 중앙 권력의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개인의 선택과 시장의 논리에 따라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의 자유'다. 만약 이 방파제가 무너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시장은 더 이상 혁신을 가리는 장소가 아니라, 규제 당국의 입맛에 따라 가격이 왜곡되는 관제 투기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시세를 보는 대신, 당국의 눈치를 살피고 국내 거래소의 그래프를 뒤적이게 될 것이다.


우리는 냉정하게 자문해야 한다. 규제 당국의 입맛에 맞는 자산만 거래되는 시장이 과연 공정한 시장인가. 글로벌과 단절되어 기형적인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이 과연 신뢰받을 수 있는 시장인가. 그런 사회는 건전한 투자 시장이 아니라 그저 '규제가 곧 법'인 야만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 통제의 칼날은 부메랑이 되어 언젠가 반드시 우리 자신을 향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모네로지만, 내일은 당신의 자산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또 다른 누군가의 기술이 '적폐'로 몰려 단두대에 세워질 수 있다.

괴물과 싸우기 위해 우리 스스로 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되새겨야 한다. 시장의 혼란에 분노할지언정, 그 분노를 시장경제의 파괴로 이어가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변호해야 할 것은 특정 코인 하나가 아니다. 우리는 모네로와 해외 거래소로 상징되는 '시장의 자유'와 '기술적 프라이버시'라는 가치를 변호해야 한다. 규제의 함성이 시장을 집어삼키려는 이 위험천만한 시도에 맞서, 냉정한 이성과 합리적인 절차, 그리고 통제로부터의 자유라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지켜내야 한다.

시장은 통제의 도구가 아니고, 가격은 규제로 잡는 것이 아니다. 이 당연한 상식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최전선에 지금 '자유 시장'이 서 있다. 이를 흔드는 것은, 대한민국 혁신 경제의 기둥을 흔드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