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행렬로 뜯어보기
선거철마다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2020년 21대 총선 때는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48cm까지 길어지면서 "도대체 이게 어떻게 계산되는 거냐"는 말이 쏟아졌습니다. 이름부터 '준-연동-형'이라 어렵게 느껴지지만, 핵심 계산은 의외로 단순한 곱셈과 뺄셈입니다. 그리고 이 계산은 고등학교 수학의 행렬로 아주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왜 이런 제도를 만들었을까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은 두 갈래로 뽑힙니다. 지역구에서 직접 뽑는 의원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눠 갖는 비례대표입니다. 문제는 '득표율'과 '의석 비율'이 잘 안 맞는다는 점입니다. 어떤 정당이 정당 투표에서 15%를 얻었는데 지역구에서는 인물 경쟁에 밀려 의석이 거의 없다면, 전체 의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에 한참 못 미치게 됩니다. 큰 정당에 유리하고 작은 정당에 불리한 구조인 셈입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 격차를 줄이려고 도입됐습니다. "정당 득표율대로라면 가져야 할 의석"을 먼저 따져보고, 거기서 이미 지역구로 챙긴 의석을 뺀 부족분을 비례대표로 채워주자는 것입니다. 다만 그 부족분을 100% 채우면 부담이 너무 크니 절반(50%)만 채웁니다. '완전 연동'이 아니라 절반만 연동하니까 앞에 '준(準)'이 붙은 것입니다.
핵심은 공식 한 줄
선거관리위원회가 안내하는 연동배분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동배분의석수 = [ (의원정수 − 무소속 등의 지역구 당선인 수) × 그 정당의 비례 득표비율 − 그 정당의 지역구 당선인 수 ] ÷ 2
용어가 길어서 그렇지, 풀어 읽으면 간단합니다.
의원정수 × 득표비율: 득표율대로라면 가져야 할 총 의석− 지역구 당선인 수: 이미 지역구로 챙긴 의석을 뺀 부족분÷ 2: 그 부족분의 절반만 비례로 채워줌
계산값은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하고, 1보다 작으면 0으로 처리합니다. 즉 지역구에서 이미 충분히 의석을 얻은 정당은 연동 몫이 0이 됩니다.
정당 하나가 아니라 '한 번에' — 여기서 행렬이 등장한다
공식이 한 정당만 다룰 때는 그냥 산수입니다. 하지만 선거에는 정당이 여럿이고, 정당마다 같은 계산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 '반복되는 계산'을 한 번에 처리하는 도구가 바로 행렬입니다.
먼저 공식을 살짝 바꿔 써 봅니다.
연동의석 = ½ × ( 득표비율 × N + 지역구당선 × (−1) ) · · · (N은 의원정수)
괄호 안을 보면 두 값(득표비율, 지역구당선)에 각각 N과 −1을 곱해서 더한 모양입니다. 이건 정확히 행렬의 곱셈이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정당별 자료를 한 행씩 쌓아 행렬로 만듭니다.
- 행렬 D : 각 행이 (그 정당의 득표비율, 그 정당의 지역구 당선 수)인 n×2 행렬
- 행렬 k : 위 칸은 N, 아래 칸은 −1 인 2×1 행렬
그러면 괄호 안 값들이 행렬의 곱 D × k로 한 번에 나오고, 거기에 ½을 곱하는 실수배만 하면 끝입니다.
연동의석 행렬 = ½ ( D × k )
정당마다 따로 하던 계산이 행렬 곱셈 한 번과 실수배 한 번으로 정리되는 것입니다.
직접 계산해 보기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단순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무소속은 없고, 의원정수 N = 300으로 가정). 정당 A·B는 큰 정당, C·D는 작은 정당이라고 해보죠.
D = | 0.40 130 | k = | 300 |
| 0.35 110 | | -1 |
| 0.15 5 |
| 0.10 0 |
먼저 행렬의 곱 D × k (4×2 행렬과 2×1 행렬의 곱이라 결과는 4×1 행렬)를 구합니다.
| 0.40·300 + 130·(-1) | | 120 - 130 | | -10 |
| 0.35·300 + 110·(-1) | = | 105 - 110 | = | -5 |
| 0.15·300 + 5·(-1) | | 45 - 5 | | 40 |
| 0.10·300 + 0·(-1) | | 30 - 0 | | 30 |
여기에 ½을 곱하면(실수배) (−5, −2.5, 20, 15)가 됩니다. 음수는 0으로, 소수는 반올림하면 최종 결과는 이렇습니다.
A: 0석, B: 0석, C: 20석, D: 15석
숫자가 말해주는 것 — 그리고 '위성정당'
큰 정당 A·B는 연동의석이 0입니다. 지역구에서 이미 득표율 몫 이상을 챙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작은 정당 C·D가 비례의석을 가져갑니다. 제도의 목표였던 '비례성 강화'가 숫자로 확인되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허점도 드러납니다. 큰 정당 입장에서는 어차피 연동의석이 0이니 비례 표가 '버려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위성정당입니다. 본체 정당은 지역구에 집중하고, 비례 득표만 챙기는 별도 정당을 만들어 표를 몰아주는 전략이죠. 실제로 2020년과 2024년 총선에서 위성정당이 등장해 큰 논란이 됐습니다.
다시 말해 위성정당은 누군가의 변덕이 아니라 공식의 구조 자체가 만들어낸 유인입니다. 수학으로 제도를 들여다보면, 이런 정치 현상이 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지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마무리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름만 복잡할 뿐, 핵심은 "부족분의 절반을 채워준다"는 공식 하나로 요약됩니다. 그리고 이 공식은 행렬의 곱셈과 실수배라는 도구로 깔끔하게 일반화됩니다. 숫자가 단순히 의석을 세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도의 의도와 부작용까지 함께 설명해 준다는 점이 이 주제의 매력입니다.
참고: 위 예시는 이해를 위한 가상의 단순화 사례이며, 실제 배분에는 잔여배분·조정의석 같은 추가 절차가 있습니다. '연동형 캡(연동의석 최대 30석 제한)'은 2020년 21대 총선에만 적용된 규정이라는 점도 구분해 두면 좋습니다.